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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프 Rough

2008/10/19 12:34 | Posted by
러프 Rough - 아다치 미츠루

예전에 아다치의 H2에 관한 것을 끄적여 본 적이 있어서 다시는 아다치 얘기를 하지 말아야지 했었다. 개인적으로 웬지 모를 약해짐이 자꾸 반복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근데 이번에 제주도에 갔을때 여유있는 한잔 속에서 아다치의 얘기가 나왔었다. 아다치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코드는 '한', '잃어버린 자리에 대한 가슴앓이'라는 것이다.(아, 물론 아다치 작품의 가장 뚜렷한 코드는 관음증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둘다 인정했다.^^) 터치에서는 먼저 간 동생, 카츠야에 대한 두 주인공, 타츠야와 미나미와 그 친구들의 가슴앓이라던가 H2에서 히까리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한 가슴앓이, 그리고 지금 연재되고 있는 크로스게임도 그렇고 말이다.

개인적으로 아다치의 작품세계는 두가지 맥락이 있다고 본다.
첫째로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대부분의 아다치 만화는 고등학교 생활을 배경으로 만들어진다. 입학에서 졸업까지의, 그리고 그 이전부터 이어져 온 첫사랑에 대한 기억들. 미유끼도 그렇고 러프도 그렇고 진배도 그렇고(너무 근친상간 코드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H2(물론 결론은 살짝 빗나갔지만..)도 마찬가지이며, 그리고 지금 그리고 있는 크로스게임도 그렇고 첫사랑에 대한 아련한 추억과 그에 대한 미련과 믿음(?)등이 강하게 작용한다. 그리고 '용기 있는 자만이 미인을 얻는다. 탑속의 공주를 구하기 위해서 남자는 성장한다.'류의 성장통에 관한 이야기들.

"그렇게 승리에 집착하는 히로는 처음 봤어. 돌다리를 손이 부르트도록 두드리고 고의사구까지 내주면서 이기려 하다니.. 히데오랑 어지간히도 싸우고 싶었나 보구나."
"그래, 야구로.. 중학교 때 제대로 싸우지 못했으니까, 히데오랑은.."
"그야 당연하지, 같은 팀이었는 걸."
"첫 사랑을 걸고 말야"
"무슨, 얘기야?
"히데오의 첫사랑은 당연히 너잖아"
"싸운다고.. 무슨소릴 하는 거야? 히데오를 소개해 준 건 히로 너잖아?"
"중학교 1학년때였지, 내 첫사랑은 중2끝날때였어.. 알겠냐?"
"뭐, 뭘?"
"아마 다시 한번 중1때로 돌아간다해도 또 기꺼이 히데오한테 널 소개할 거야. 그리곤 다시 1년 반 후에 알게 되겠지. 히까리도 알고보니 꽤 괜찮은 여자네 하고 말야. 승부를 피한 것도 억지로 참은 것도 아니야... 다만 내 사춘기가 일년 반 늦었어. 그것 뿐이야"
H2 中

그리고 두번째가 성선설에 입각한 믿음, 그리고 이를 전제로 한 배려로 이루어진 공동체이다. 사실 이 두번째 얘기가 아까 한잔의 여유에서의 그와 어긋난 지점인데, 가슴앓이에 대한 전제가 이 공동체에 대한 맥락이다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사람은 누구나 다 선하게 태어난다. 믿고 배려하면 우리와 같은 공간에서 우리와 함께 공존하는 존재다 라는 이상향적 세계관 말이다. 그래서 빈 자리가 더 가슴 아프게 된다. 개개인 하나하나가 따로 모여 하나가 되는게 아니라 얽히고 얽혀서 이루어진 공동체이기에 빈자리는 더욱 가슴 아프다.
아다치 만화에 등장하는 모든 악인들(처음 등장시에 말이다)은 뒤로 갈수록 사연과 오해가 하나하나 풀어지면서 카즈야, 케이스케, 혹은 히로의 공동체로 편입된다. 그들은 무언가를 잘못알았거나, 잘못했는데 사과할 타이밍을 놓쳤거나, 다시 시작하고 싶은데 용기가 없거나 했을 뿐이다. H2에 특히 이런 케이스(닮지 말아야 할 아버지를 닮은 독재자, 전학간 동네에서 친구를 잘못 사귄 자랑거리 형을 잃어버린 유격수, 속만 좋은 아버지와 발이 빠른 그 아들 등등)의 등장인물이 많이 나온긴 한다.

아다치 세계에 사는 주인공과 그 친구들은 타인에 대한 믿음과 배려를 꾸준히 유지한다. 특히 러프에서 이러한 타인의 마음에 대한 배려를 많이 보여준다.

"기록따윈 아무래도 좋습니다. 다만 다음에 물에 빠진 아미를 구하는 건 절대로 저이고 싶습니다. 단지 그뿐입니다."
"1년을 기다리게 한 보람이 있었군."
러프 中

러프의 줄거리는 대충 이렇다. 야마토가와 니노미아가는 선대때부터 이어져 내려온 원한관계이다. 전통과자 전문점을 하는 양가의 할아버지때부터 이어져온 원한으로 케이스케는 니노미아 아미에게 있어서 복수의 대상일 뿐이다. 그런 두 사람이 한 학교의 수영부원으로 함께하게 된다. 그리고 이 둘 사이에있는 전국기록 보유자 히로끼.... 이 세사람의 러브스토리?! 하이튼 대강의 줄거리는 이렇다.


히로끼와 아미의 결혼을 서두르는 아미의 아버지에게 히로끼가 하는 대사다. 보통의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과 사랑의 라이벌 관계에 있는 자가 할 대사가 아닌 이 대사...

"당당해 지고 싶었습니다. 아미의 마음에 부담을 안긴채, 절 선택하게 하고 싶지가 않았거든요. 아미의 진짜 솔직한 마음을 소중히 하고 싶었습니다. 비록 그 결과가 어떻게 되든지간에요..."

주인공과 사랑하는 여자를 두고 싸우는 이의 대사가 이럴지니 다른 인물들이 어떨지는 말해 무엇하랴.

흠... 러프 얘기를 좀 하려고 했는데 제주도 여파가 남아 있어서 그런지 삼천포로 빠지고 만듯한 기분이다. 하이튼 러프.. 강추다. 특히 인간관계로 인한 세상살이에 대한 앓이를 하고 있다면 차분히 두어번 읽어보는 것도 괜찮지 싶다. 천천히 읽으면서 서로에 대한 배려코드를 찾아 읽는 것은 마음의 평정심을 되찾는데 도움이 되곤 하니까. 아다치가 펼쳐 보이는 공동체에 대해서 너무 맹신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개인적으로 아다치가 나에게 쓸데없는 환상을 꿈많은 청소년기에 너무 깊숙히 심어주지는 않았나 하니까 말이다. 아다치류의 믿음은 간직하되 상처에 대한, 믿음의 균열에 대한 내성은 꾸준히 키워야 한다는 현실적 적용점은 충분히 인지해야만 한다.

"차도, 채여도 몇번이고 여름이 오지. 뜨거운 계절이 말이야..."
러프 中

2008년 올해 여름이 완전히 떠나갔다. 시련64호도 희미해져가고 있다. 항상 상식적으로 대처가 안되면 '쌩까라'는 윤삼의 말은 잡초같이 살아온 그의 인생을 대변한다. 같은 잡초라도 온실속에서 자란 잡초인 나와는 사뭇 대처방안이 다르다. 매년 여름은 한없이 뜨거워졌다가 급속도로 식어 버리는 기분이다. 나이가 들어가면 내성도 증가할 것 같았지만 여전하지 않나 싶다. 하지만 나이는 하나씩 늘어가지만 여름은 내년에 또 오니까 뭐....



"자 아미를 구하러 가자."
러프 中


네이버 비디오에 러프 드라마판의 마지막 장면이 있길래 퍼왔다. 마지막에 아미가 하는 일본어 대사의 정확한 말은 모르겠으나 그 느낌은 생생히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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